박 의영 작가 프랑스 노르망디 레지던시 경험: '블루'를 통한 경계의 탐색

지난 3개월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보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제 예술적 여정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 특별한 시간 동안 저는 노르망디 지역의 전통적인 스트라이프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패턴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지역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화적 기호로 다가왔죠.

'블루'와 스트라이프: 내면의 풍경을 그리다

저는 이 스트라이프를 모티브로 삼아 다양한 색상과 굵기, 그리고 비대칭적인 배열을 통해 시각적인 리듬과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블루(Blue)'를 놓았습니다. 블루는 저에게 고요함과 평온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내면 깊숙이 자리한 고독과 성찰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색입니다. 이 색은 마치 무한히 확장되는 감각적인 공간처럼 느껴져, 저는 이 블루의 속성을 통해 제 정체성과 감정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저 자신을 탐색해 나갔습니다.

작업 속 스트라이프 패턴은 단순히 반복되는 무늬가 아닙니다. 이는 곧 경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패턴의 간격과 두께, 위치와 각도를 자유롭게 변형시키며, 고정된 균형을 의도적으로 해체했습니다. 이는 저와 타인, 신체와 정신, 과거와 현재, 혹은 사회와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들에 대한 저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경계를 인식하고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충동은 제 작업의 중요한 정서적 출발점이 되었죠.

시각적 확장과 내면의 층위

저는 다양한 소재와 질감을 나란히 배치하고, 정형화된 캔버스 위에 또 다른 프레임이나 패널을 삽입하여 시각적, 촉각적인 감흥을 확장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제 내면의 층위들—감정, 생각, 욕구—을 구분 짓는 동시에, 그것들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무언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안정감"과 "그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저는 이 상반된 감정들 사이의 균형을 끊임없이 모색했습니다. 블루는 이러한 감정의 양극을 품은 색이자, 동시에 저를 경계 너머로 이끄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이 작업은 단지 시각적인 결과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살아오며 겪었던 내면의 여정이자, 노르망디에서의 삶이 남긴 섬세한 흔적이기도 합니다. 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과장되거나 추상화된 디테일을 통해 시각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노르망디의 풍경과 문화, 그리고 제 기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자, 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조용한 응답입니다.

전통과 현대, 안과 밖, 타자와 자아 사이의 경계를 조심스레 넘나들며,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저 자신을 다시 마주합니다. 이 작업은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며,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저의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기도 합니다.

박 의영 작가